양평의 유일한 국보, 알고 보면 가슴이 아프다

서울에 오래 살다 보니, 수도권에 웬만한 곳은 거의 다 가 본 것 같다. 자동차를 타고 어디 가까운 곳에 잠깐 다녀올 곳이 없나 하고 찾아보면 마땅한 데가 없다. 여행지라고 알려진 곳은 거개가 다 한두 번은 다녀온 곳들이다. 더 이상 새로운 곳은 없어 보인다. 그러다 보면 결국 가본 곳을 또 가거나, 아니면 ‘별점’이 낮은 곳을 그냥 속는 셈 치고 다녀오거나 하는 수밖에…

그런데 간혹 여기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곳들도 있다. 이전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여행지들이 볼거리나 놀거리 등에서 몇 가지 특이점이 강조돼 사람들 눈에 띄기 시작한 곳들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도로 사정이 나아지고 전철역이 새로 생기면서 접근성이 좋아진 것도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요소 중에 하나로 작용한다. 남양주시에 있는 ‘수종사’도 그런 곳 중 하나다.

수종사는 애초 이번 여행의 목적지가 아니었다. 양평에 있는 유명산으로 등산을 가는 길에 잠시 들러갈 만한 곳을 찾다가 수종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알고 보니, 수종사는 사람들에게 꽤 많이 알려진 절이었다. 그동안 수종사를 모르고 살았던 게 의아할 정도로 유명했다. 수종사가 왜 그렇게 유명해진 걸까?

그러니까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유명산이었다. 수종사에 들렀다가 그날 밤 유명산 밑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다음 날 아침 가볍게 산에 오를 생각이었다. 그런데 날씨가 문제였다. 그날 밤을 자고 일어나 아침에 창밖을 내다보니, 사방이 온통 짙은 안개에 갇혀 있었다. 게다가 안개 사이로 비까지 내리면서 길이란 길이 모두 눈 녹은 물로 질척였다. 그 바람에 등산은 깨끗이 포기해야만 했다.

결국 유명산 밑에서 여행 계획을 다시 짤 수밖에 없었다. 기왕에 이렇게 된 거 수종사를 다녀온 걸 인연으로, 양평에 있는 절들을 몇 군데 돌아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먼저 용문산 밑에 있는 절, ‘사나사’가 떠올랐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용문산 하면 뒤따라 생각나는 절, ‘용문사’가 추가됐다. 이렇게 해서 이날 예정에 없던 사찰 여행이 시작됐다.

수종사

수종사는 남양주시 운길산 산 중턱에 있는 절이다. 해발 400여 미터, 꽤 높은 위치에 자리를 잡고 있다. 운길산 높이가 606미터니까, 산 정상까지 거리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수종사를 찾는 사람들 중에 등산객들이 꽤 눈에 띈다. 산 정상까지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들렀다 가는 것이다.

절이 높은 위치에 있다 보니, 그곳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남다르다. 수종사에서 산 아래로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하나가 되는 두물머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곳에서 보면, 두물머리가 왜 두물머리인지 확연히 알 수 있다. 요즘 수종사를 유명하게 만든 건 바로 이 풍경 때문이다. 그렇다고 수종사가 그냥 경치만 아름다운 절은 아니다.

수종사는 유서가 깊은 절이다. 창건 연대는 정확하지 않다. 다만 절에 태종의 딸인 정혜옹주의 부도가 있고, 또 세조와 관련이 있는 창건설화가 전해져 오는 걸로 보아 창건 연대가 1400년대 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추측된다. 절은 왜소해 보이지만, 절이 간직한 역사는 결코 그렇지 않다. 이곳의 팔각오층석탑에서는 조선 전기와 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불상이 모두 30여 구가 발견됐다.

절 마당 한쪽에 서 있는 은행나무는 수령이 500년이다. 그 은행나무 밑에 서 있으려니, 절이 나무를 품은 건지 나무가 절을 품은 건지 모를 만큼 마음이 넉넉해지는 느낌이다. 수종사는 우리나라 차 문화를 지켜온 곳으로도 유명하다. 우리나라 다도를 정립한 초의선사가 수종사에 머무르던 정약용을 찾아와 함께 차를 마시곤 했다고 한다. 수종사가 경내에 무료 찻집을 운영하는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수종사까지 올라가는 길이 꽤 까다롭다. 시멘트 길이 끝까지 올라가지만, 상당히 좁고 가파르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다닐 수 있다. 교행이 어렵다. 절이 높은 위치에 있다 보니, 그 길을 굳이 차를 타고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다.


중략

기사/이미지 원본 출처 : 오마이뉴스 RSS Feed
전문 보러 가기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96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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