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산 진달래꽃 보러 갔다 그만, 긴급 출동 하고 말았다

‘여기가 맞는 거여? 아닌 거여?’

뭔가 마음이 불안해지는데 침착함이 필요할 때면 내 맘대로 충청도 사투리를 소환하는 경상도 여자가, 거제의 작은 언덕을 헤매고 있었다.

경남 거제 지세포진성 주변은 매년 5, 6월이면 금계국, 수국, 라벤더 등이 피는 꽃동산이 된다고 했다. 내가 간 날은 4월 초였으니 아직 꽃이 있을 리 없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오히려 한적하니 좋을 것 같아 가볍게 혼자 오른 길이었다.

입구를 찾다 지세포 방파제 옆 산길로 들어섰다. 가는 길이 다소 거칠었다. 돌길, 흙길로 이뤄진 좁은 길만 자꾸 나왔다. 이 길이 맞는 걸까 싶었다. 살짝 불안해지는 와중에도 우연히 만난 아담한 유채꽃밭은 노랗게 소담스러웠다. 어느 정도 걷자 돌을 쌓아 만든 성벽의 일부 흔적을 만날 수 있었다.

푸른 하늘, 푸른 바다, 잔잔한 바다를 가르며 어딘가로 향하는 배. 꽃동산은 없었지만 성벽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탁 트여 시원하고 평화로웠다.

그렇게 잠시 풍경을 눈에 담은 뒤 돌아가는 길, 선창마을로 가는 표지판을 발견했다. 이 길은 좀 나을까 싶어서 왔던 길과 다른 방향의 길로 내려가기로 했다. 하지만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가파르고 좁은 흙길을 디디며 다시 한 번 긴가민가할 수밖에 없었다. 혼자라 괜히 더 불안했던 마음은, 옹기종기 붙어 있는 집들을 만났을 때야 사라졌다.

나무가 우거져 저절로 만들어진 예쁜 포토존을 발견하기도 하고, 봄볕에 잘 말라가는 빨랫줄에 걸린 수건에 기분도 금세 보송해졌다. 좁은 계단 한쪽, 지게에 놓인 시멘트 포대마저도 정겨웠다. 그때서야 선창마을 곁 아름다운 바다도 더 마음 놓고 바라볼 수 있었다.

딱히 헤맬 것 없는 동네 뒷산 정도인데, 나는 왜 이 아름다운 여행지에서의 산책을 즐기지 못했을까. 꽃동산이라니 편한 길이겠지 생각하며 오른 길이 예상치 못하게 흙길이어서 그랬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애초에 지세포진성은 조선시대 때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성벽이었다. 성벽 주변의 길이 평탄할 리 없는데, 별 생각 없이 올랐다 제풀에 당황했다.

거제 여행 이틀 차, 아이가 아프다

그러고 보니 거제로 떠난 9일 간의 봄 여행은 분명 온통 꽃길이었는데, 꽃길이 아닌 순간들도 종종 있었다.

벚꽃, 유채꽃, 튤립, 철쭉 등등, 막 도착한 4월 초의 거제는 그야말로 온갖 꽃들이 피어나는 꽃밭이었다. 꽃길을 원 없이 보던 여행 이틀 차 저녁, 아이는 남편과 영상 통화를 하던 중이었다. 주말을 함께 보낸 남편은 출근을 위해 거제를 떠난 후였다. 다가오는 주말에야 다시 거제로 오기로 돼 있었다.

피곤해하긴 했지만 잘 놀고 있던 아이가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며 힘들어했다. 그리고 이내 토를 했다. 갑작스런 상황에 그날 밤, 한가득 걱정인 채 아이 곁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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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이미지 원본 출처 : 오마이뉴스 RSS Feed
전문 보러 가기 :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24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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