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에 대한 가설 1과 가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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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주식투자에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다. 가진 돈이 없어 많은 금액을 투자하진 못했지만, 여러 가지 투자기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끼고 나름대로 찾아가며 훑어봤다. 가치투자, 기술적 투자, 차트를 읽는 법, 파동이론, 수많은 보조지표와 이론들, 심지어 언론 보도를 기계학습 모델로 분석하여 주가를 예측한다거나, 주가 차트 자체를 기계학습 모델로 예측하는 방법론 등등. 딴지에도 주식이라면 나도 방귀 좀 뀐다 하시는 분덜이 많으시겠지만, 이쪽 세계가 파고들어 보면 끝이 없고 아마도 무한할 것만 같은 이론과 주장들이 세상에 가득하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런 방법론들을 시도해서 단 한 번도 돈을 벌어본 적이 없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테슬라 차가 너무 갖고 싶은데 돈이 없어 못 사니 주식이나 사자. 아이폰 신모델과 맥북프로 신제품을 갖고 싶은데 돈이 없으니, 주식이나 사자. 그렇게 산 주식이 곤두박질칠 때는 내가 이 돈 손절해서 맛난 거 사 먹고 만족할 가능성보다, 테슬라와 애플이 주가를 회복하고 승승장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니 그냥 내버려두자는 마음으로 존버했다. 여기엔 어떤 논리도 이론도 기술도 없었다. 헌데 오히려 이것이 내 평생 유일하게 주식으로 돈을 번 경험이었다. 안타깝게도 애초에 투자금이 적었으니, 수익액의 규모는 테슬라는커녕 아이폰 사기도 빠듯한 정도였지만 수익률은 수십 퍼센트가 아닌 수백 퍼센트 수준이었다.

갑자기 이 얘기를 꺼낸 이유는, 때로는 섬세한 분석보다 단순한 직관이 더 적절할 때도 있다고 말하고 싶어서이다. 내가 느끼기에, 2024년 3월의 대한민국 정치 상황에는 전통 언론의 이런 접근보다는 단순한 직관이 더 적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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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대표가 이끄는 조국혁신당이 정치판에 역사적인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유시민 작가께서 명료하게 정리해 주셨으니 굳이 덧붙일 말이 없겠다. 사실 수많은 다른 자·타칭 정치평론가들께서 이러쿵저러쿵 다양한 이론과 해석을 갖다 붙이는 모습은 보기에 거북하다. 전통 언론이라는 허울 좋은 간판 아래에서 실상은 동네 복덕방 투전판 수준의 인사들이 모여, 어지간히 관심을 두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도 않는 인물 한명 한명의 영향과 상호관계를 들먹인다 든가,여론조사 결과의 소수점 이하 숫자를 거창하게 분석한답시고 하나 마나 한 말을 얹는 모습들 말이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전통 언론들의 이런 정치평론은 참으로 쓰잘머리 없다. ‘너희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런 인물들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어’라며 뽐을 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애초에 그렇게 중요한 인물들이라면 언론에서 다뤘어야 할 터이고, 그렇다면 언론이 제 역할을 안 했거나 그 인물이 별로 중요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는 사실일 것이다. 그리고, <여론조사꽃>이 등장하기 전만 해도 자기들 맘대로 취사선택해서 왜곡된 결과를 보이는 여론조사 숫자를 활용했던 이들이 그 숫자를 파고들어 분석을 해봤자, 상한 식재료에서 건강식이 만들어지길 기대하는 꼴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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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시점을 기준으로 조국혁신당은 창당을 한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다. 불과 20일 사이에 조국혁신당은 200억 원을 모금하고, 비례정당 지지율 여론조사 1위를 달성했다. 온갖 사이다 연설로 조국 대표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호감이 날로 커져만 간다. 2월 중순에 조국 대표가 신당 창당을 선언하고서 그 사이 시간 동안 그 어느 전통 언론도 조국혁신당의 이러한 파란을 예측하기는커녕 가능성을 언급하지도 못했다. 실제로 2월 초중순경의 전통 언론 기사들을 찾아보면 대체로 더불어민주당과의 내부균열 및 갈등 가능성을 언급(하는 척 하면서 사실상 그렇게 되길 기원)하거나, 정치 문외한의 무리수 정도의 뉘앙스로 보도했다. 그랬던 그들이 더 이상 그런 스탠스를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조국 돌풍, 왜?’라는 식으로 분석을 참칭한, 자기들의 무능함에 대한 고해성사와 같은 기사를 싸지르는 상황이다.


중략

기사/이미지 원본 출처 : 딴지일보 RSS F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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