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속이 텅 빈 6백 살 은행나무의 비밀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음을 오감으로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계절이 봄이다. 겨우내 죽은 듯 보이던 마른 가지에서 앞다퉈 생존 신고를 하듯 꽃망울을 터트리는 나무들은 마치 새로운 한 해를 또 잘 살아보라는 격려라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길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코끝을 스치는 아름다운 향기가 발을 붙잡기도 한다. 담장 넘어 어느 집에서 흘러나온 천리향의 꽃향기가 봄을 오감으로 느끼게 한다. 어디 꽃 뿐이랴. 메말랐던 가지에 물이 오르면 가지는 연한 분홍빛으로 부풀어 오르면서 연한 풀잎의 새순이 돋아난다.

경상남도 하동에 있는 6백 살 은행나무 어르신도 머잖아 아기의 손바닥처럼 여리디 여린 새순을 살며시 펼쳐 보일 것이다. 그런데 이 나무 어르신의 진가는 나무 전체가 청정한 푸른 은행 잎으로 덮히는 여름이 오기 전, 3월 이맘때 보아야 오히려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높이가 무려 38미터, 둘레는 어른 예닐곱 명이 둘러 서도 모자랄 만큼 넓은 10미터에 달하는 거구를 당당히 드러내 놓고 선 모습은 용맹한 장수처럼 위풍당당하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 보면 뭔가 이상함을 발견하게 되는데 마치 나무가 한 그루가 아니라 일곱 여덟 그루의 나무들이 모여 그룹을 이루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나무는 엄연히 한 그루의 나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보이는 이유는 나무의 나이테가 있는 원줄기의 3분의 2 정도가 썩어서 없어졌고, 그 빈 자리에 나뭇가지의 일종인 맹아들이 직립으로 자라 한 그루의 나무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머니의 품 안에 가지들이 다시 자리를 튼 모양새로 1세대, 2세대 나무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 이 모습을 보고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에 빗대기도 했는데 가지만 앙상한 모습은 실제 웅장한 건축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오랜 세월 이 나무를 ‘마을의 수호신’으로 섬겨온 마을주민들은 진작부터 이 나무의 속이 비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주민들 사이에 이 나무는 동굴이 있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임진왜란 때 임산부가 이 동굴 속으로 들어가 아기를 낳았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그렇다면 나무는 대체 속이 어느 정도나 비어 있는 걸까? 하동에서 나무 병원을 하는 김철응 원장에게 의뢰해 나무의 내부를 초음파로 측정을 했다. 그 결과 나무의 직경은 3미터에 달하는데 그 중 2.5미터 정도가 비어 있는 것으로 측정이 됐다. 그 비어 있는 나무 속에 맹아들이 여러 개 자라 마치 여러 그루의 나무가 모여 있는 듯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은행나무 어르신은 나무의 몸통 3분의 2가 비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6백 년이 넘는 세월을 쓰러지지 않고 굳건히 서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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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이미지 원본 출처 : 오마이뉴스 RSS Feed
전문 보러 가기 :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11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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