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차 싣고 국경 넘는데 아무도 검사를 안했다

– 지난 기사 ‘전쟁 중인 러시아로 여행을? 일단 제 얘기 들어보세요'(링크)에서 이어집니다.

리투아니아에서 한국 김치를 만날 줄이야

러시아 국경에서 나온 우리 부자는 발트 3국 중 하나인 리투아니아로 향했다. 우리나라보다 큰 면적에 인구는 270만 명인 이곳은 한국인에게는 다소 낯선 나라이다. 수도 빌뉴스는 60만 명이 살고 있다고 했지만, 우리나라의 지방 중소도시보다 작게 느껴졌다. 대통령궁은 작은 지자체의 청사 건물보다 작았고, 시내도 아주 아담했다.

우리는 러시아 횡단을 기념하기 위해 케이크와 고기를 사러 재래시장으로 갔다. 아주 작은 실내 재래시장에서 돼지고기와 케이크를 사고 돌아보는데 한쪽 귀퉁이에 딱 봐도 한국인처럼 생긴 분이 김치를 팔고 계셨다. 김치가 맞는지 확인하러 다가가니, 정말로 배추김치와 깍두기를 팔고 있었다. 한동안 김치 구경을 못 한 아들을 위해 배추김치와 깍두기를 사고 숙소로 돌아왔다.

우리 부자를 보며 많은 사람이 물었었다.

‘왜 지금 굳이 러시아에 가냐?’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국가에 왜 여행을 가냐?’

하지만 우리 부자는 러시아를 여행하려고 한 게 아니다. 단지 한국에서 자동차를 가지고 세계를 여행하려면 러시아가 가장 가깝고 돈이 적게 들어, 러시아를 통해 여행할 계획을 세웠을 뿐이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러시아는 땅덩어리가 워낙 커서 국경을 빠져나오는 데까지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힘이 들었다. 최대한 빨리 빠져나가기 위해 하루에 500km씩 거의 매일 이동했다.

이제 생각해 보니 어른인 나도 그런데, 이제 아홉살밖에 안 된 아들은 어떨까. 그동안 말하지는 않았지만 아마 힘든 순간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 힘든 곳을 지나 안전한 곳에 도착한 기념으로 아들과 조촐하게 파티했다.

“태풍아, 우리 그동안 1만km 넘게 운전했어. 태풍이도 그동안 힘들었지? 차도 오래 타고.”
“응, 태풍이도 힘들 때 많았어.”
“이젠 러시아에서 나왔으니까 그렇게 고생할 일은 없을 거야. 운전도 많이 안 할 거고.”
“정말? 아빠 이제 나랑 많이 놀자. 알았지?”
“그래, 우리 케이크에 촛불 끄자. 삼겹살 많이 먹고, 오랜만에 김치도 많이 먹어.”
“아빠, 외국 김치가 왜 이렇게 맛있어? 진짜 맛있어.”
“그래? 정말이네. 러시아에서 산 김치보다 훨씬 맛있다. 우리 많이 먹자.”

오랜만에 삼겹살과 김치에다 케이크까지, 편안한 마음으로 아주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리투아니아의 빌뉴스는 아주 작고 아담한 도시였지만, 우리 부자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고생스러운 시베리아 횡단 후 삼겹살과 김치를 맛있게 먹은 도시였다.

700년 된 건축물을 이긴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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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이미지 원본 출처 : 오마이뉴스 RSS Feed
전문 보러 가기 :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86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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