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박2일’ 섬 산행, 무조건 다시 가겠습니다

네이버 카페 트래킹 동호회인 “트래킹 거북이 날다(아래 ‘트거날’)”에 업로드된 통영 수우도에 대한 공지글을 확인한 건 11월 말경. 며칠 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신청을 하게 되었는데, 고민한 이유는 그날 살인적인 스케쥴을 소화해 낸 다음에 다시 무박2일 산행을 해야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명쾌하게 결론을 내릴 수 있었던 건, ‘통영’과 ‘무박2일’이라는 키워드 덕분이었으니 한편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남해를 대표하는 통영과 여수. 그 중 한 곳을 연휴 중 토요일 딱 하루만 쓰면서 다녀올 수 있다는 건 정말 매력적인 부분이었고,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수우도라는 섬의 지명 또한 공지글에 신청 댓글을 달게 한 이유 중 하나였다.

주중에 파김치가 되도록 업무에 매진하고 나면, 누구나 주말 이틀 동안에는 푹 쉬고 싶은 것이 직장인의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러나 마음 한 켠에서는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활동에 대한 욕구가 움틀거리고 있음 또한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무박2일 산행은 참 매력적이다. 이번 트거날의 수우도 산행 역시 금요일 밤 11시에 출발해서 다음날 저녁 8시반쯤 귀가할 수 있었으니, 시간 활용도로는 최고의 선택이다. 남해로의 여행은 최소 1박2일의 일정이 필요할텐데, 그러려면 주말 이틀을 다 헌납해야 하고 숙박을 해야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으니 말이다.

물론 차에서 자야하는 불편함이 따르긴 하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이틀 동안의 워크샵과 당일 저녁 송년모임까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난 뒤라, 정말 피곤했는지 다소 소란스런 버스에서 바로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3시간 정도 후에 깼는데 그 정도만 푹 자면 무박2일 산행의 고단함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아직 경험해 본 적이 없다면 강력하게 추천해 드리고 싶다. 시간과 경비를 아끼면서 해볼 수 있는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니 말이다.

새벽 4시. 칠흑같은 어둠 때문에 이곳이 통영인지 도저히 알 수 없었지만, 우리는 분명 통영에 위치한 삼천포항에 도착했다. 매우 이른 아침식사를 단체로 한 후 6시 조금 넘어 수우도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싣는다. 40분 정도 항해를 마치니 역시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수우도 선착장이 우리를 반긴다.

섬에 도착하니 잠시의 여유도 없이 바로 각자의 배낭을 메고 조용히 산행이 시작된다. 처음부터 엄청난 코스가 기다리고 있다. 등산로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불편하고 좁은 결정적으로 꽤 험난한 각도의 등산로를 30분쯤 말없이 따라간다. 그 힘든 산행 후 처음 도착한 고래바위.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온다. 아직 환하게 볼 순 없었지만 그래서 더 신비감이 느껴지는 풍경. 여명 가운데 바다에 떠있는 작은 섬은 마치 높이 솟은 산봉우리를 운무가 감싸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공지글을 꼼꼼히 보지 않아서 ‘가벼운 트래킹이려니’하고 따라왔다가 ‘이게 무슨 트래킹이냐 엄청 빡센 산행인데’라며 속으로 투덜거리던 마음이 순간 녹아내린다.

거기에 해가 떠오르기 전 붉게 물든 건너편 사량도의 풍광은 더할 나위 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자연을 통해 치유받는 또 한 번의 경험을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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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이미지 원본 출처 : 오마이뉴스 RSS Feed
전문 보러 가기 :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88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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