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SD 주의]조선의 영끌족은 어떻게 통수를 맞았을까

안녕하세요:) 딴지 필진 빵꾼입니다. 신간 『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이 나왔습니다. 딴지 필진이 된 지는 7년, 책을 내는 건 네 번째네요.

처음 딴지에 기사가 실릴 때는 설레임의 연속이었습니다. 나의 보잘 것 없는 글을 수많은 사람이 읽어주고 댓글을 달아준다는 기쁨은 제게는 참 의미 있는 것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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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 기사를 올릴 때마다, 설렘보다는 무거운 송구함에 짓눌리고 있습니다. 시의성 있는 기사, 세상에 울림을 주는 기사, 새로운 지식을 전달하는 기사, 그런 것들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쉽지는 않습니다. 가끔은 킹무위키보다도 못한 글을 쓰는듯하여, ‘이렇게 글값 받아도 되나’ 싶기도 합니다.

좀처럼 발전하지 않는 제가 그래도 계속해서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는 건, 거의 딴지 덕분입니다. 독자 여러분께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신간 『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은 조선시대의 땅과 집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출판사: 들녘). 500년의 시간 동안 조선의 땅이 어떻게 양극화되었고, 재분배의 시도는 어떻게 미연에 그쳤는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또한 ‘사는 곳’이었던 조선의 집이 어떻게 투기의 대상이 되었고, 나아가 사람들의 평범한 삶을 어떻게 파괴해 놨는지 다루고 있습니다.

부동산으로 인한 부의 양극화는 재분배되어야 하고,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가치를 역사 속에서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책에서 다룬 내용을 기사 형식으로 재구성하여(날로 먹지 않겠다는 의지…!!)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공인중개사에게 공사 당한 선비의 이야기’입니다.

조선 공인중개사의 영업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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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전경(傳金秀哲筆京城圖)

출처-<국립중앙박물관>

18세기 후반, 한양은 8만여 가옥이 건설되며 상업 도시로서 진화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좋은 집을 구하기 위한 투쟁도 더욱 치열해졌지요. 이 시기에 한 선비가 한양에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유만주(兪晩柱, 1755~1788)’. 저는 그의 기록을 읽으면서 큰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그는 선비답지 않게도, ‘내 삶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불안에 시달리던 한 명의 나약한 인간이었기 때문이죠.

그러던 그가 1784년, 지금의 서울 회현동 인근 수많은 집을 돌아봤습니다. 실제로 계약 마무리 단계까지 갔다가 엎어진 것도 적지 않았죠. 그 과정은 그야말로 조선의 부동산중개사 ‘가쾌(家儈)’가 완전히 쪼물딱하는 한 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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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4년 1월 2일 – 『흠영(欽英)』

가쾌가 찾아와 1,550냥을 내면 석원(石園)에 위치한 집을 살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집을 사기 위해 친척 집에서 250냥을 빌렸다.

1784년 10월 27일 – 『흠영(欽英)』

가쾌가 찾아왔다. 그는 뜬금없이 내 곡원(曲苑) 집 일부를 떼 내어 팔 것을 제안했다. 그것도 200냥이라는 헐값에 말이다. 나는 그에게 “그게 무슨 엉뚱한 소리인가!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말고 원래 추진하던 매물이나 잘 살펴보게.”라며 단단히 혼을 냈다.

가쾌는 왜 이랬을까요? 가쾌가 돈을 버는 전략 때문이었습니다.

가쾌의 첫 번째 전략은 ‘끊임없는 오퍼’였습니다. 하나의 집을 보면서 동시에 다른 집을 제시하고, 소유하고 있는 집에 대한 분할매각이나 덤핑 매각을 제안하며 유만주라는 한 고명한 선비의 마음에 자갈을 끊임없어 던져댑니다. 유만주가 만난 가쾌는 거절당하는 것 따위는 하나도 두려워하지 않는 유형의 인물이었죠.

두 번째 전략은 ‘거래 뒤흔들기’였습니다. 가쾌는 계약이 진행되던 와중에 갑자기 집값을 팍팍 올렸습니다. 구매자가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라면 조금이라도 더 뜯어내 보겠다는 ‘벼랑 끝 전술’이었죠. 유만주는 이런 뻔히 보이는 술수에 쉽게 당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더욱 교묘한 작업에는 그도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1784년 6월 18일 – 『흠영(欽英)』

가쾌는 갑자기 또 다른 집을 제안했다.


중략

기사/이미지 원본 출처 : 딴지일보 RSS F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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