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에 망한 ADHD 환자의 삶, 프롤로그: 애 어린이집 보내야 하는데 공황이라니

죽음에 대한 유별난 공포

나는 어릴 때부터 죽음을 무서워한다. 정말 무서워한다. 버스를 타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면 순식간에 아득한 두려움으로 빠져든다. 한번 빠져들면 애써 다른 생각을 하는 것 외에 그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최근에도, 대학 시절에도, 중고등학생 시절에도, 심지어 초등학생 시절에도 그런 아득한 두려움에 몸서리쳤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두려움.PNG

출처-<Pixabay>

많은 책을 읽어봤다. 불교서적, 철학책, 대학 전공이었던 심리학과 관련된 교과서나 교양서적, 수많은 인터넷 블로그나 칼럼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권을 꼽자면 알베르까뮈의 시지프 신화였다. 첫 문장부터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 바로 자살이다’라고 시작하니 기억에 남지 않을 리가.

대학생 시절 처음 읽고, 30대 후반에 다시 한번 읽은 이 책은 죽음에 대한 나의 유별난 두려움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큰 도움을 주었다. 읽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이 책을 ‘그냥 존나게 살아’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두렵겠지. 이게 다 뭔가 싶겠지. 허무하겠지. 하나도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지겠지. 그걸 다 받아들이고, 그냥 존나게 살아. 이 책은 나의 두려움을 해소해주 진 않았지만, 그 두려움을 안고 사는 방안을 마련해주었다. 그 기념으로 나는 이 책을 2번째 읽고 나서 어깨에 커다란 타투를 새겼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별로 없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만나보게 된다. 그들은 대체로 죽음에 대해 에피쿠로스적인 입장을 갖는다. 죽으면 어차피 내가 없어서 아무것도 느끼지도 인지하지도 못하는데 뭐가 무섭냐는 것이다. 나는 이 말에 매우 격하게 공감하고 완전히 동의한다. 문제는 그런 공감과 동의만으로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사라지진 않는다는 것이다. 답답한 노릇이다. 무서워할 일이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몸은 벌벌 떨고 있으니말이다.

덜덜 떠는 짤.PNG

출처-<scarymommy>

죽음에 대한 공포를 잊었던 순간

40여 년의 인생을 살면서, 죽음에 대한 공포를 잊는다는 게 ‘이런 느낌인 건가?’라는 힌트를 얻을 수 있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 순간들은 대체로 내 알량한 이성이나 사고력보다는, 내 몸뚱아리나 감정, 감각같이 그 밖의 것들이 온전히 부각되는 순간들이었다. 이성, 사고보다 육체, 감정, 감각이 부각되는 순간에 죽음으로부터의 두려움을 해소하는 힌트를 얻었다는 점은 내가 읽은 많은 책의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많은 불교서적이나 켄윌버 같은 철학자들의 책을 보면, 과거나 미래에 얽매여 현재를 등한시하는 습관을 지닌 사람들이 나처럼 죽음을 두려워한다고들 한다. 과거는 온전히 ‘기억’의 산물이고 미래는 온전히 ‘사고’의 대상인데, 죽음은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고 미래를 경험하지 못하는 상태이므로 과거와 미래에 얽매일수록 죽음을 두려워하게 된다는 골자다. 그래서 현재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기억이나 사고가 아닌 그 밖의 것들, 그러니까 감각이나 감정에 무게를 늘려가라는 조언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내가 경험했던 힌트들도 대체로 이런 조언과 같은 결을 지녔다.

책 읽기.PNG

현재에 집중해라…

아마도 처음으로 그런 힌트를 경험한 것은, 이 모든 책을 읽기 전이었던 대학생 시절, 당시 유행하던 유럽 배낭여행에 가서 번지점프를 했을 때였을 것이다. 당시 배낭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스위스를 여행할 때, 알프스의 광활한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활동을 하나쯤 해보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졌다. 레프팅, 스카이다이빙 등 여러 선택지가 있었는데, 나는 왜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번지점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찾아간 곳은 약 80미터쯤 높이의 번지점프대였다. 내 앞 순서였던 사람은 점프대에서 뛰어내리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몸이 떨리기도 했다.


중략

기사/이미지 원본 출처 : 딴지일보 RSS Feed
전문 보러 가기 : https://www.ddanzi.com/787549365

사용자 리뷰:
[Total: 0 Average: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