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의 섬들, 김환기 추상화의 점이 되다

최근 국내 미술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작품은 단연 수화 김환기(樹話 金煥基, 1913~1974)의 그림이다.

그 흐름은 2000년대 중반 무렵 시작되었다. 2007년 미술품경매에서 ’15-Ⅻ-72 #305 NewYork’이 10억1000만 원에, ‘항아리’가 12억5000만 원에, ‘꽃과 항아리’가 30억 5000만 원에 낙찰되었다. 2010년대 들어 김환기의 기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2015년 ’19-Ⅶ-71 #209’가 47억 2000만 원으로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신기록을 작성하더니 계속 갈아치웠다. 2016년 ‘무제 27-Ⅶ-72 #228′ 54억 원, 2016년 ’12-Ⅴ-70 #172’ 63억3000만 원, 2017년 ‘고요 5-Ⅳ-73 #310’ 65억5000만 원, 2018년 ‘3-Ⅱ-72 #220’ 85억3000만 원…. 경이적인 고공행진은 급기야 2019년 ‘우주 5-Ⅳ-71 #200’ 132억 원(크리스티 홍콩경매)으로 이어졌다.

국내외 경매 통틀어 한국미술품 최고가 신기록을 세운 것이다. 엄청난 가격에 팔린 작품들은 대부분 김환기가 뉴욕 시절(1969~1974)에 그린 ‘점 추상화’들이다. 그렇다면, 김환기에게 점은 무엇일까.

바다를 보며 미술을 꿈꾼 천석꾼 부잣집 아들

목포에서 차를 타고 신안의 안좌도로 들어간다. 압해도, 암태도, 팔금도를 지나면 안좌도 길목에 보라색 다리(신안제1교)가 나타난다. 안좌도 남쪽 끝자락에 퍼플섬인 반월도와 박지도가 있음을 미리 안내하는 것이리라.

보랏빛 다리를 지나 조금 더 들어가 읍동리에 다다를 즈음, 푸른색 지붕이 하나둘 나타난다. 안좌면사무소, 안좌초등학교 안내판이 나오고 읍동사거리에 이르면 시야에 푸른색이 넘친다. 바다의 푸른 냄새가 밀려오는 듯하다. 푸른빛의 화가 김환기의 고향은 이렇게 우리를 맞이한다.

김환기는 1913년 안좌도의 읍동리에서 천석꾼 부잣집 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날 때 읍동은 기좌도였다. 안좌도는 원래 안창도와 기좌도로 나뉘어 있었다. 그 두 섬 사이를 매립하면서 하나의 섬이 되었고 이름은 안좌도로 바뀌었다.

김환기 집안은 1910년대에 이미 부농이었고 선박회사를 운영하면서 육지 운송업도 하고 있었다. 특히 안창도와 기좌도를 연결하는 연륙제방공사와 간척사업, 읍동저수지 축조 공사를 맡아 넓은 땅과 재력을 축적하게 되었다.

김환기는 안좌공립보통학교(안좌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927년 상경해 중동중학교에 입학했으나 곧 중퇴하고 고향에 내려왔다. 1931년 일본 도쿄로 떠나 니시키시로(錦城)중학교에 들어갔다. 이듬해 20세의 김환기는 고향으로 잠시 돌아와 부모가 정해준 여성과 혼례를 치렀다. 강요에 의한 결혼은 만족스러울 수 없었고 오히려 미술에 대한 열망은 더 커졌다.

1933년 김환기는 아버지 몰래 도쿄로 건너가 닛폰(日本)대학 예술부에 입학했다. 서양미술을 공부하며 창작에 매진한 김환기는 1937년 귀국해 서울과 신안을 오가며 미술활동을 이어갔다. 1942년 김환기는 부인과 헤어지고 안좌도를 떠났다. 고향을 떠나면서 집을 팔았고 소작농들에게 자신의 논밭 모두를 분배해주었다. 집안에서 운영하던 서당은 안좌초등학교 교사들의 사택으로 제공했다고 한다.

서울 생활을 하던 김환기는 엘리트 신여성 김향안(金鄕岸, 1916~2004)을 만나 1944년 재혼했다. 김향안의 본명은 변동림(卞東琳)이었다. 변동림은 1936년 시인 이상(李箱, 본명 김해경, 1910~1937)과 결혼했지만 이상의 갑작스런 일본행과 죽음으로 혼자가 된 형편이었다. 변동림은 김환기와 결혼한 뒤 이름을 김향안으로 바꾸었다.

6·25 전쟁 이후 김환기는 서양미술의 본고장 프랑스를 꿈꾸기 시작했다. 아내 김향안은 그 꿈을 실현시켜주고 싶었다. 김향안의 열정적인 지원에 힘입어 김환기는 파리에서 미술 활동을 할 수 있었고 파리 시절을 거쳐 뉴욕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점 추상화를 탄생시켰다.

신안 안좌도의 읍동리 955번지에는 김환기의 옛집이 있다. 읍동사거리에서 살짝 경사진 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어가면 고택이 나온다. 현재 안채와 화실만 전해오는데 안채는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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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이미지 원본 출처 : 오마이뉴스 RSS Feed
전문 보러 가기 :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73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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