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 없는 붕어빵처럼, 부처상 없는 불교가 있네요

‘붕어빵에 붕어가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던가? 불교인데, 석가모니 부처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일원상’이 있다. 일원상은 세상의 모든 진리가 하나로 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속이 텅 비어 있지만, 가득한 우주만유(宇宙萬有)를 상징한다. 허상일 뿐, 모든 것은 마음속에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영광 길용마을로 가는 길이다. 길용마을은 이른바 ‘영산성지(靈山聖地)’로 알려져 있다. 원불교의 태 자리다. 원불교를 창시한 대종사 박중빈이 태어난 곳이다. 박중빈이 큰 깨달음을 얻고 수행한 곳이기도 하다. 영산성지로 가는 도로의 이름도 ‘성지로(聖地路)’로 붙여져 있다. 이 곳을 지난달 28일 찾았다.

모두 둥그렇다

선입견 탓일까?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둥그렇다. 산도, 들도, 바다도 모난 곳이 없다. 밭이랑도 부드럽게 구부러져 있다. 감, 콩이 동그랗고 고추, 가지도 매한가지다. 어쩌다 마주친 교무(敎務)의 얼굴도 일원상처럼 둥글둥글하다. 교무는 원불교의 성직자를 일컫는다. 마을 주민들의 얼굴과 표정까지도 환하고 밝다.

박중빈 대종사가 얘기한 ‘부처님’들이다. 박중빈은 논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부처’라고 했다. 모든 사물도, 누구라도 같은 마음가짐으로 대해야 한다는 말이다. 때와 장소, 대상을 가리지 않는 참선을 얘기했다.

원불교는 불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불교의 오랜 관습을 반대한다. 출가한 수행자 중심이 아닌, 신도 중심을 외쳤다. 사후 세계가 아닌, 현세의 건강한 삶을 목표로 내세웠다. 낮에는 일상생활을 하고, 밤에 수도하는 생활 속 종교다.

‘영산성지’로 통하는 길용리는 전라남도 영광군 백수읍에 속한다. 마을이 크고작은 봉우리로 둘러싸여 있다. 산이 많은 지역이다. 상대적으로 논밭이 적다. 환경은 열악했고, 주민들은 가난했다. 산에서 한 땔감을 갖고 법성포에 가서 팔고, 생필품을 샀다.

소태산 박중빈(1891∼1943)은 1891년 5월 5일 길용리 영촌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린 시절은 범상치 않았다. 아니 별났다. 전해지는 이야기도 동화 같다. 박중빈은 산속에서 자주 기도를 했다. 15살에 혼인을 했다. 여전히 도사를 만나겠다며 세상을 떠돌았다. 가족의 생계는 관심 밖이었다.

다른 사람의 눈에 박중빈은 ‘폐인’이었다고 한다. 얼굴엔 병색이 완연했다. 기도한다고 몇날 며칠 밤을 지새기도 했다. 하루종일 ‘멍’을 때리며 서 있는 일도 다반사였다. 모든 것이 깨달음과 구도의 과정이었을 것이다.

‘만유(萬有)가 한 체성(體性)이며, 만법(萬法)이 한 근원이로다. 이 가운데 생멸 없는 도(道)와 인과 보응되는 이치가 서로 바탕하여 한 두렷한 기틀을 지었도다.’ 박중빈이 몰아의 경지를 넘나들며 터득한 큰 깨달음이다. 1916년 4월 28일, 원기(圓紀) 원년 음력 3월 26일이었다.

박중빈은 자신의 깨달음이 부처의 행적과 가르침에 서로 통한다고 봤다. 불법을 근간으로 새 세상을 열 것임을 밝혔다. 박중빈은 1918년 제자 9명, 신도 40명과 함께 대규모 간척사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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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이미지 원본 출처 : 오마이뉴스 RSS Feed
전문 보러 가기 :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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