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갔습니다, 유홍준 교수의 추천 답사 코스

환하게 웃는 산신령과 작은마누라와 본마누라가 새겨진 바위가 산허리에 있다. 작은마누라는 다리를 꼬고 의자에 앉아서 손가락을 볼에 대고 있다. 슬슬 웃으면서 용용 죽겠지 하며 놀린다. 본마누라가 이를 보고 짱돌을 집어던지려고 한다.

골짜기에서 만난 나무꾼이 우스개로 한 말이다. 1959년 4월, 부여박물관장을 지낸 홍사준 선생이 보원사 터를 조사하러 용현계곡을 찾았을 때다. ‘백제의 미소’로 알려진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이야기다.

가야산 줄기인 일락산과 옥양봉 산등성이 사이에 용현계곡이 있다. 이곳을 따라 국립용현자연휴양림이 만들어졌다. 들어가는 길목에 마애여래삼존상과 보원사 터가 차례로 있고, 산을 넘으면 개심사가 있다.

한여름 더위가 절정을 보인 8월 초, 국립용현자연휴양림을 찾았다. 백제의 미소를 보며 같이 웃음 짓고, 보원사 터를 거닐며 중생이 되었다. 배롱나무꽃이 핀 개심사에도 들렀다.

이웃처럼 포근한 백제의 미소

마애여래삼존상은 천년 넘게 바위 절벽에서 숨 쉬고 있었다. 보원사 터를 조사할 때 세상에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 찾아낸 마애불 가운데서 가장 뛰어나다. 여래상을 가운데 두고 오른쪽에 반가상의 보살, 왼쪽에 봉주보살이 뚜렷하게 조각되어 있다. 반가상은 미륵보살을, 봉주보살은 관음보살 또는 제화갈라보살을 나타낸 것으로 추정된다.

여래상은 연꽃잎을 새긴 대좌 위에 서 있다. 초승달 같은 눈썹, 은행알 닮은 눈, 오뚝한 코, 두툼한 입술이 풍만한 얼굴에 잘 어울린다. 오른손은 앞으로 뻗어 손바닥이 보이고, 왼손은 가슴께로 올려졌다. 둥근 광배 안쪽은 연꽃을, 둘레는 불꽃무늬를 새겼다. 그윽하게 웃는 모습이 이웃집 아저씨처럼 포근하다.

봉주보살상은 길쭉한 얼굴에 눈웃음을 치고 있다. 치마는 발등까지 길게 늘어졌고, 하트 모양을 한 목걸이를 찼다. 보배로운 구슬을 두 손으로 감싸 품에 안고 있다.

반가상은 둥근 얼굴에 볼살이 통통하다. 누가 뭐래도 꺼릴 것 없다는 듯 한 발짝 물러나 의자에 앉아 있다. 여래상과 사이도 봉주보살상보다 더 떨어졌지만 개의치 않은 표정이다. 왼손은 오른발 발목을 잡고, 오른쪽 손가락은 턱을 괸 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

마애여래삼존상은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해가 뜰 때와 질 때, 날이 흐릴 때와 맑을 때 모습이 다르다. 철에 따라, 보는 방향에 따라 웃는 생김새도 여럿이다. 그들 앞에 서면 온갖 시름이 다 씻겨 내려가는 듯하다. 바라보는 사람들 얼굴에 미소가 저절로 번진다. 백제의 미소라고 일컫는 이유다.

관리소 옆으로 난 좁은 비탈길을 오르면 산신각이 있다. 마을 사람들이 산신제를 지내는 곳이다. 그곳에서 마애여래상이 새겨진 바위 전체를 볼 수 있다. 위에 있는 바위가 처마 역할을 하여 비바람을 막아준다. 더 위쪽에 얹혀있는 바위들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하다. 옆에 늘어진 빨간 줄 끝에 센서가 붙어있다. 일부 구간에 생긴 틈새가 변하는지 재는 중이라고 한다.

산신각 뒤로 가면 성원 할아버지가 손수 세운 묘비가 있다. 그는 오랫동안 마애불 관리인이었다. 정년퇴직으로 마애불을 떠나게 되자 그동안 있었던 흔적을 비석에 새겨 남겼고, 유홍준 교수는 문화유산답사기에 성원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실었다.

절 여행의 으뜸은 폐사지 답사

폐사지, 한가로운 곳, 하나를 보아도 제대로 감동할 만한 유물을 볼 수 있는 곳, 이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답사 코스로 유홍준 교수는 보원사 터를 마애여래삼존상과 함께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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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이미지 원본 출처 : 오마이뉴스 RSS Feed
전문 보러 가기 :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49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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