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숱한 이야기로만 듣던 태백산을 올랐다. 눈과 비 소식 탓인지 가는 비와 가는 눈이 조금 스치되 시야는 오리무중이었다. 민족의 영산이라는 풍문만큼이나 ‘날이 개어 웅장한 태백 줄기라도 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 하는 차선과 ‘폭설의 태백을 실컷 만끽하면 더 좋으련만’ 하는 최선이 교차했지만, 이도 저도 아닌 잔뜩 흐릴 뿐…
천제단을 얼마 앞두고선 진눈깨비가 몰아치고 시야가 더욱 좁아지며 비람 또한 세차다. 등산객들의 감탄이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역시, 태백산’이라며 모두, 태백이 선사하는 풍광에 혼쭐 빠지듯 무아지경에 빠지는 모습이었다.
홀로 뻗은 주목은 변화무상한 질곡의 대자연을 살아 천년을, 죽어 천년을 어찌 버텨 내고 있는 것일까. 벌거벗은 고상목들은 안개, 서리, 비, 눈과 바람이 뒤엉켜 칼날 같은 얼음 갑옷을 두르고선 송곳 바람을 맞서는 듯, 품는 듯 인내의 극한을 한 수 가르친다.
그 와중에 고목을 솜이불처럼 덮은 이끼들은 안개, 서리, 비, 눈과 바람을 맞은 인고의 눈물을 얼음구슬로 승화시킨다. 대자연의 무거움에 겸손이 숨을 쉰다. 거대 태백 줄기를 보는 영광, 흰 눈을 펑펑 맞는 횡재 대신 얼음을 머금은 이끼를 만나는 호사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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