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News Maker

‘장관급’ 육사 8기와’대위급’ 육사 11기

1963년, 제5대 대통령 취임식

5.16쿠데타 세력에게, 1963년 8월 30일은 의미 있는 날이었다. 바로, 박정희가 예편하는 날이기 때문. 그리고 1962년 12월 27일에 박정희가 약속했던 ‘민정이양’의 다른 뜻은, 자기가 옷을 벗고 대통령으로 나서겠다는 의미였다.

박정희는 군을 장악해야 했다. 숫자로 보면, 육사 8기생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그들은 군, 공화당, 행정부 요직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들의 대항마가 필요했다. 이때 눈에 들어온 기수가, 육사 11기다.

지난 편에 설명했듯, 이들은 엘리트 의식에 빠져 있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스스로 “정규 육사 1기”라 부르며 자기들끼리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임관 후 돌아오는 건 층층시하 까마득한 선배들이었다. 그리고 그 선배들은 ‘정규 육사 1기’라 칭하며 어깨에 힘주고 있는 육사 11기를 고깝게 봤다.

참고로, 당시 육군사관학교 출신은 지금과 같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위 기수들은 대부분 한국전쟁을 치른 참전용사였다. 한마디로, 전쟁을 경험한 진짜 군인들이다. 그런데 자기들이 전쟁터에서 싸울 때, 시험 공부하던 신임 장교 녀석들이 나타나,

“제가 학교에서 배운 군사학에 따르면…”

이렇게 말하고 있었으니, 어디 인정할 수 있겠나. 아무리 공부를 많이 했다지만, 현장의 지휘관들 눈에는 전쟁도 경험하지 못한 ‘꿀 빤 엘리트’로 보였을 것이다.

여기에 불을 당긴 게, 육사 8기였다. 그들은 정군운동을 시작으로 5.16쿠데타를 일으켜, 현실을 뒤엎어 버린다.

1961년, 5.16쿠데타 당시 모습

육사 11기 생들은 이 모습을 어떻게 봤을까?

김종필(육사 8기생)은 중앙정보부에 앉아 승승장구했다. 더불어 다른 육사 8기생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쿠데타 이후, 8기생들의 행보를 보면, 중앙정보부장부터 국회의원, 국무총리, 수도 경비 사령관, 3군단장, 보안사령관 등 나름대로 끗발 있는 자리를 얻었다.

육사 8기생의 선두 주자 김종필은 1926년생으로, 당시 30대 중반이었다. 그럼, 육사 11기생의 선두 주자였던 전두환은? 1931년생으로, 김종필과 몇 살 차이 나지 않는다.

육사 11기생들은, 육사 8기생들이 자기들을 볼 때 가졌던 것과 같은 감정을 느꼈다. 질투, 절망, 억울함과 같은 감정들이었다. 몇 살 차이도 나지 않는 사람들이, 자기들의 상관이라는 것이 고까웠다.

당시, 육사 11기생들은 대부분 대위 계급이었다. 그런데 몇 살 많지도 않은 육사 8기생들은 중앙정보부장에 장관급으로 활동하고 있었고, 군의 요직을 차지했다. “이들을 헤치고 나가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로 시작된 생각은 이렇게 변한다.

“차지할 수 없다면, 빼앗아 버리자.”

육사 8기생들이 그랬던 것처럼, 육사 11기생들도 쿠데타를 꿈꾸기 시작했다.

16년 서두른쿠데타

1962년, 새나라자동차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박정희의 예편을 앞둔 1963년 상반기는,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4대 의혹 사건』으로 정국은 혼란스러웠다.

4대 의혹사건에서 4대는 증권파동, 워커힐(공사), 새나라 자동차, 회전당구기(파칭코) 사건을 말한다.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중앙정보부가 있었고, 막대한 돈(이권)이 오갔던 사건이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돈을 벌어야 했다. 공화당 창당 자금도 벌어야 하고, 박정희에게도 헌납해야 하고, 야당을 교란하는데도 돈이 필요했다. 그리고 중앙정보부에서도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이들은 이권 사업에 뛰어들었다.

모든 이목이 중앙정보부에 집중되었지만, 누구도 처벌받지는 않았다. 중앙정보부 특별조사반은 여론에 밀려 김종필을 물러나게 했다. 그리고 관련자 15명을 구속하는 선에서 사건을 무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