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45.14%, 부산은 이제 험지가 아니라 경합지다

야구는 결과를 예측하기 참 어렵다. 잘 맞은 공이 수비수 정면으로 향해 아웃이 되고, 반대로 빚맞은 공이 빈 곳에 떨어져서 안타가 되기도 한다. 소위 말해 운빨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인데, 이걸 측정하기 위해서 야구 덕후들은 바빕(BABIP)이라는 개념을 쓴다.

바빕은 인플레이로 이어진 타구(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온 타구)가 안타가 될 확률을 계산한 것이다. 비슷한 타율을 기록한 타자라고 하더라도, 운의 도움을 많은 받은 타자는 바빕이 상대적으로 높고, 반대로 불운한 타자는 바빕이 훨씬 낮을 수 있다. 샘플(타석 수)가 적을 때는 특히 운빨의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바빕은 평균치에 수렴해 간다. 10경기 정도는 바빕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올 수 있지만, 100경기 혹은 1000경기 동안 계속 운좋게 유지하긴 힘들다는 얘기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타자의 타율을 결정하는 것은 실력(타구 질 , 속도, 발사각 등)이지, 운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계속해서 타석에 들어서서 좋은 타구를 날리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결과(안타)는 따라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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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무려 45.14%다

이번 부산 총선결과를 보고 바빕 생각이 났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힘은 18개 의석 중무려 17석을 차지했다. 이 결과가 안타까운 것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전국에서 압승을 거두는 동안, 부산에서는 오히려 의석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부산 국회의원 수는 20대 5명, 21대 3명, 그리고 이번 22대에서 1명으로 줄고 있다.

선거는 결과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윤석열은 고작 0.73% 차이로 당선됐지만, 어쨌든 이겼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었다. 이번총선에서 국민의 힘은 전국에서 완패하고도, 부산을 싹쓸이한 덕에 탄핵 저지선(100석)을 지킬 수 있었다. 만약 민주당이 여론조사 때처럼 부산에서 절반만 차지했더라면, 범야권은 200석 이상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200석 이상과 미만은 그 차이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이번 부산 총선 결과가 너무나도 아쉬울 수 있다. 계속해서 국민의힘 의원들을 당선시켜 주는 부산 시민들에게 야속한 생각이 들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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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말하면 할 말은 없지만

딴지그룹수장인김어준 총수가

부산금정구 청룡초 나왔다고 들었으니까 그냥 넘어가자.

(….무슨 논리..?!)

이번 총선에서 부산 지역 민주당 후보들이 45.14%를 득표한 것 또한 사실이다. 민주당 후보들의 부산 지역 후보 득표율은 19대 34.6%, 20대 38.5%, 그리고 21대 총선 43.99%로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이렇게 높아진 민주당 득표율은 고스란히 비례표에 반영되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각각 비례 14석, 12석을 얻는데 기여를 했다. 졌지만 잘 싸웠단 사실이 아무 의미 없는 게 결코 아니었단 얘기다.

무엇보다도, 선거는 단판 승부가 아니다. 22대 총선은 끝났지만, 국회의원 선거는 4년마다 열린다. 아직까지 높은 득표율이 지역구 의석수 증가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실망스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좋은 타구를 날린다고 무조건 안타가 되는 것이 아니듯, 절박하게 선거를 치른다고 꼭 당선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실력 있고 좋은 타구를 많이 생산하는 타자는 결국 안타를 많이 친다.

선거에서 정당의 실력을 나타내는 것은 득표율과 지지율이이다. 과거 민주당 후보들이 일부 지역구에서만 경쟁력을 가졌다면,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은 부산 전체에서 막판까지 접전을 펼쳤다. 평균 득표율이 45%라는 것은, 정말 당선과 낙선이 한 끗 차이였다는 얘기다. 이번에는 막판 변수(위기감에 의한 막판 결집)가 민주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했지만, 다음 선거에서 유리한 변수가 작용한다면 부산 전체가 뒤집어질 수 있다.

또한 부산 내 민주당 지지율이 계속해서 오르는 것은, 그만큼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민주당으로 영입되고 있고, 또 절박한 마음을 가지고 선거에 임해주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부산 시민들도 여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아왔고, 민주당에게 우호적으로 바뀌어 간고 있다.


중략

기사/이미지 원본 출처 : 딴지일보 RSS F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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