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학자가 푸는 이·팔 전쟁 이야기: 이스라엘은 왜 가자지구에 집착할까

정복하거든, 멸명하라

출처-영화<십계>

기원전 1290년경,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에서 탈출한다. 당시 히브루(헤브라인으로도 불린 현 이스라엘 민족)가 믿던 신, 야훼(기독교에서 부르는 하느님, 또는 하나님)는 모세라는 걸출한 지도자를 통해 약속한다.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에서의 노예 생활을 청산하고젖과 꿀이 흐르는 비옥한 땅,농사가 잘 지어지고 가축을 사육하기 좋은가나안(Ganaan) 땅에 정착하게 될 것이라고.

그런데,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가나안 지역을 정복할 때, 살아 숨 쉬는 것은 아무것도 남겨두지 않고 완전히 멸명(滅命)해야 한다는 것. 당시만 하더라도 민주주의와 같은 현대개념은 전무하던 때라, 땅을 차지하고 주인이 되려면 전쟁을 해 이겨야만 했다. 즉,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에 정착하기 위한 조건은 단 하나.

살아있는 것은 모두죽여라.

이스라엘 민족이 지켜야 할 법 중에, 전쟁에 대한 법이 기록된 ‘신명기’라는 것이 있다. 신명기 20장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다.

“너희 하느님 야훼께 유산으로 받은 이 민족들의 성읍들에서는 숨 쉬는 것을 하나도 살려 두지 마라.”

-신명기 20:16

이 내용은 이스라엘 민족, 유대인들이 목숨과 같이 여기는 법(혹은 경전), 토라(Torah) 중 신명기 20장 16절에 명확히 기록되어 있다. 토라는 유대인들이 신의 계시라 믿는 모세의 다섯 개의 경전을 뜻한다. 오(五) 경(經)이라 불리는 다섯 개의 경전의 구성은 이렇다.

우주와 인류의 창조 기사를 시작으로 한 ‘창세기’

이집트 탈출기가 적힌 ‘출애굽기'(참고로, ‘애굽’은 이집트의 옛 우리말)

유대인이 신 앞에서 지켜야 할 의무를 담은 ‘레위기’

이집트에서 탈출하는 동안의 일과 인구에 대한 이야기가 적힌 ‘민수기’

신이 유대인에게 명령한 법이 기록된 ‘신명기’

특히 신명기(申命記)는, “신(申)의 명령(命)을 되새기도록 되풀이하여 기록(記)”하고 있는 책으로, 유대인들에게 큰의미를 지닌다.어쨌든 중요한 건, 가나안을 점령하기 위해선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승리 후엔 살아있는 모든 것을 죽여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유대인의 입장은 그랬다.

왜 가나안일까.그리고 가나안은 어디일까?

처음으로 미국과 태평양의 지도를 고안했던 스코틀랜드의 지도제작자 존 멜리쉬(John Melish). 위 사진은 그가 1815년에 완성한 현재의 중동지역 지도이다. 여기엔‘CANAAN(가나안)’이라는 명칭이 표기되어 있다.

야훼가 가나안 지역을 약속의 땅으로 정했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다.하지만,그 땅이 어디인지는, 히브리인들의 정경이라 불리는 성경과 역사적 정황을 통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야훼가 말한 가나안 땅은, 지금의 이스라엘영토다.

이스라엘이 이 지역으로 이주한 이유.신의 명령 때문이라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전 세계 어떤 종교를 뒤져봐도 자신이 선택한 민족에게 땅을 약속한 신은 없었기에. 다만, 어떤 과정을 통해 이 지역에 도착했고, 점령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은, 구전과 기록, 역사적인 검증을 거쳐 밝혀져 있다.

위대한 지도자, 여호수아

모세의 후계자로 임명되는 여호수아

히브리 인들을 데리고 이집트에서 탈출할 당시, 이미 모세는 나이가 많았다. 그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전에 죽는다. 모세의 사망 후에 임명된 새 지도자의 이름은 여호수아. 영어 이름으로는 조슈아(Joshua)다. 성경에는, 꼭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알 수 있는 익숙한 인물들이 있다. 예를 들어, 다윗이나 솔로몬. 여호수아도 그중의 하나다.

성경엔인간의 역사가 그대로 담겨 있다. 단순한 영웅담이나 누군가의 위대한 업적보다, 실수와 잘못들이 적나라하게 기록되어 있다.인간의 한계를 숨김없이 드러낸 책이기 때문에, 아무리 훌륭한 인물이라도 그의 흠이그대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