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생 정동분 17 : 세상에 그런 시아버지가 어딨냐

갈등과 분가

동분이 시어머니에게 일방적으로 당한 건 아니었다. 동분 나름대로 열렬히 저항했다. 방식은 ‘분가’였다. 남편 송일영의 동조와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자신의 빈자리를, 시어머니가 알아봐 주길 바랐다. 그렇게 동분과 송일영, 큰아들 주성까지 세 식구는 1983년 12월 대전으로 나왔다. 청주 신혼집 정리하고 시댁에 들어간 지 꼭 6개월 만이었다.

“니네 할머니는 날이면 날마다 들들 볶아대지, 니네 삼촌은 술만 먹었다 하면 온 집안을 들쑤시지. 도무지 살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니네 아빠한테 얘기한 겨. 난 이렇게는 못 살겄다, 나가서 살자. 그렇게 대전 읍내동 나와서 6개월쯤 살았지. 근데 또 대전 나와 산다고 서당(=시댁)에 아예 안 가볼 수 있냐? 노인네 혼자 애 둘을 키우고 있는데? 한 번씩 가보면 집이 어수선햐. 그리고 우리 세 식구야 니네 아빠가 돈 벌어오니까 먹고살지만, 서당엔 제대로 밥벌이하는 사람이 없었잖어. 니네 삼촌이 근근이 일을 하긴 했지만, 맨날 술 먹고 사고 치는 게 특기인데 돈을 제대로 벌어왔겄어? 그래가지고 1984년 여름에 내가 먼저 다시 서당에 들어가자고 한 겨. 노인네 안쓰러워서. 그 정도 고생했으면 이제는 며느리 소중한 줄 알겄지 하는 기대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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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8월, 시댁 집 마당에서 아이들 목욕시키는 24살의 동분.

물론, 시어머니는 변함없는 사람이었다. 그 성질 어디 안 갔다. 결국, 동분은 버티지 못했다. 1984년 겨울, 동분 가족은 또다시 이삿짐 싸서 대전 대흥동으로 나왔다. 그곳에도 또 6개월쯤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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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에 청주에서 신혼살림 시작한 뒤로 3년 동안 니네 아빠랑 나랑 도대체 몇 번이나 이사를 다녔는지 아냐? 몇 개 되지도 않는 세간 살림을 쌓았다가 풀었다가. 아휴.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더라고. 그런 데다가 대흥동에서 지낼 때도 서당에 한 번씩 갔었는데, 완전 개판이었어. 영희랑 철수가 한창 아장아장 뛰어다닐 때였으니까, 노인네 혼자 감당이 되겄냐고. 이렇게 살다 간 진짜로 다 죽겠다 싶은 생각이 퍼뜩 들데? 그래서 결심한 거지. 나 하나만 희생하면 가족 모두가 편한데, 고집 그만 부리자. 니네 큰아빠 감옥에서 나올 때까지만 내 인생은 없다고 생각하자. 그렇게 나를 내려놓기로 결심하고, 다시 시댁에 들어간 겨. 그리고 결정적으로다가 니네 할아버지 때문에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어.”

무능한 남편? 자상한 시아버지!

그렇다. 이 시점, 동분의 시아버지 송병두가 등장한다. 그가 결정적으로 동분의 마음을 움직인 거다. 동분과 시어머니 이야기는 여기서 잠시 멈춰두고, 지금부터 동분의 시아버지 송병두 얘기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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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분의 시아버지가 시어머니에겐 무능한 남편이었어도, 동분에겐 자상한 시아버지였다. 이야기는 다시 1983년 2월, 설날로 간다.

“니네 형 주성이가 1983년 2월생이니까, 완전 만삭이었지. 청주 신혼집에서 살 땐데 설날이니까 시댁에 갔을 거 아녀. 연휴 끝나서 청주로 가려니까 니네 할머니가 ‘너는 며칠 더 있다 가라.’ 하시는 겨. 니네 아빠는 그때 아직 수행비서 할 때니까 출근해야 해서 먼저 가고, 나만 붙들린 거지.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3일이 지나도 니네 할머니가 집에 가란 소리를 안 하는 겨. 출산 예정일은 다가오는데 배냇저고리니, 기저귀니 하나도 준비를 안 했었단 말여. 설 지나고 준비하려고. 그래가지고 4일째 되던 날, 안 되겄어.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해가지고 ‘어머니, 저 이제 청주에 좀 가볼게요.’ 했더니만 ‘너는 어떻게 된 애가 시댁에만 오면 집 갈 궁리부터 하냐?’ 하면서 또 난리를 부리더라고. 그러거나 말거나 서둘러 짐 싸가지고 청주로 왔지. 그날 밤부터 배 아파가지고 다음날 니네 형을 낳은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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