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News Maker

김동리의 유명한 소설 『등신불』에선 소신공양 이야기가 나온다. 아마도 일반인들에게 소신공양의 개념을 널리 퍼지게 한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스스로 몸을 불살라 붓다에게 공양한다는, 다소 충격적인 인간의 최후는 예나 지금이나 섬뜩함과 경외감을 동시에 갖게 한다. 그리고. 조계종은 자승의 최후를 두고 ‘소신공양’이라 평가했다.

국정원까지 등장하며 며칠간 난리도 아니었다… 국정원과 조계종의 관계는 며칠 전에 썼던 기사를 참고하시라. (“한국 불교에서 가장 밝게 빛나던 별”이라고? 누가? : 자승의 삶을 설명하는 3가지 장면 – 링크)

과연, 자승의 최후를 소신공양이라 불러야 할까? 소신공양의 개념과 역사로부터 그 답을 찾아보자.

소신공양, 그게 어떻게 가능한데?

우리가 불교에 대해 가장 먼저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은, 불교는 아시아 전역에 걸쳐 2,000년 넘게 존립해 온, 매우 넓은 스펙트럼을 지닌 종교라는 점이다. 즉, 불교 내부에서 상충하는 교리나 개념이 수없이 많지만, 그것이 또 불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양립된다. 아주 극단으로 치달은 사조를 제외하면, 서로 완전히 다른 전통을 가지고 있더라도 서로를 배제하지 않는 방식으로 불교는 존속해 왔다.

잘 알다시피, 불교는 생명 존중의 종교이다. 다른 존재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물론이요, 스스로 목숨을 거두는 행위 또한 경전과 율장을 막론하고 여러 텍스트에서 금지되고 있다. 너무 많아서 인용하지 못할 정도로 많다. 그러한 의식은 불교의례에도 깊숙이 자리했다. 똑같이 천도재를 지내더라도 스스로 생을 끊은 자들은 이승도 저승도 아닌 세계(중음계, Bardo)에서 천도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오간다.

그런데 초기불교에서 붓다에게 자살을 ‘허락’받는 일부 수행자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왁깔리(Vakkali)라는 이름의 수행자가 있었다. 중병에 걸려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던 그에게 붓다가 병문안을 간다. 그 자리에서 붓다는 왁깔리가 얼마나 법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그날 밤, 붓다는 왁깔리에게 이러한 말을 전한다.

“왁깔리여, 두려워 할 것 없다. 그대의 죽음은 죄로 더렵혀지지 않는다. 죄 없이 임종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왁깔리는 스스로 칼을 들어 생을 마감한다. 붓다의 교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윤회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지였다. 붓다는 문답을 통해 그가 더는 윤회하지 않을 것을 확인했고, 그래서 스스로 목숨을 끊더라도 업을 남기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덕분에 왁깔리는 고통 속에 휩싸였던 삶을 마감 짓는다.

이러한, 이른바 ‘아라한의 자살’을 붓다가 승인 또는 묵인하는 장면은 초기불교 경전에서 꽤 여럿 드러난다.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기 위해선 육신이 필요하지만, 이미 깨달음을 얻은 후라면 오히려 육신의 병이 깨달음을 방해하기도 한다. 따라서 ‘깨달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여러 아라한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선택을 했다.

우리가 아는 초기불교 경전의 모습…. 과는 꽤 다르다…!

(출처-주성치의 명작, 선리기연)

아라한의 자살은 지금은 당연하고, 예전에도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자살을 금지하는 교리와 룰(rule)이 수두룩빽빽한데, 어째서 깨달았다는 아라한이 자기 병조차 통제하지 못해 자살을 선택할 수 있나. 사실 알고 보니 그들은 아라한이 아니고, 그냥 병으로부터 런한 거 아니냐. 이런 비판들이 있었고 때로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졌다.

나는 못 깨달아서 모르겠지만(앞으로 수백 번 죽었다 깨어나도 그럴 거 같지만), 깨달은 자들은 자신이 업의 굴레에서 벗어났음을 확신한다고 한다. 모든 교리와 룰은 결국 깨달음을 위한 보조 수단이다. 저 강 건너편으로 넘어간 사람은 뗏목을 버려도 된다고 붓다는 말했다. 그래서 경지에 든 사람에게는 자살을 금지하는 교리와 룰이 필요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