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10년 서울토박이: 고려부터 윤석열까지 제주 4·3 사건을 톺아보다

4월이 되면 내 컴퓨터 바탕화면에 올려놓는 달력이다. 내 가슴에4월은 이 세 날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 맨 처음은 4월 3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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뭍에 사는 동안 난 제주 4·3 학살 사건1)을 마주한 기억이 별로 없다. 학창 시절, 4·3 학살 사건은 5·18 광주 민주 항쟁보다 더 금기였다. 학살 주범 이승만은 말할 것도 없고 박정희, 전두환과 노태우에 이르는 군사 독재도 4·3 학살 사건을 철저히 숨기려 했다. ‘4·3’이라는 두 자를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모진 고초를 겪었다.

피해자인 제주 사람들은 더더구나 4·3 학살 사건을 입에 담지 못했다. 연좌제가 서슬 퍼렇게 살아있던 시절이었고 4·3 학살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소문만 나도 독재 권력은 개인의 사회적 삶을 철저하게 망가뜨리고 유린했기 때문이다. 박정희 독재 정권의 폭력성이 극에 달했던 1978년, <순이삼촌>을 발표했던 현기영 선생은 신군부에 의해 혹독한 고문과 옥고를 치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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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KBS뉴스>

상황이 이런 데다 민주화 투쟁으로 매일 최루탄 가루가 뒤덮던 대학가는 5·18 학살로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 신군부 세력과 직접 맞서느라 이승만 정권의 4·3 학살 사건에 큰 관심을 두지 못했다. 폭력으로 강요된 침묵과 당대에 벌어졌던 5·18 광주 민주 항쟁으로 오랫동안 4·3 학살 사건은 우리 시야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나 역시 4·3 학살 사건을 제대로 공부할 기회도, 그럴 생각도 갖지 못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제주에 오기 전까지 4·3 학살 사건에 대해 나는 백치에 가까웠다.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반민특위 해체, 사사오입 같은 기괴한 정치행태와 전두환·노태우 신군부의 광주 학살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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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평화공원 다랑쉬굴 학살 현장 재현

출처-<위키피디아>

뜬금없는 부채 의식

2000년에 제정된 ‘제주 4·3 학살 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은 우리 현대사에 4·3 학살 사건의 제자리를 찾는 첫걸음이었다. 2000년 6월부터 2007년 11월까지 4차례에 걸친 조사로 그 참혹한 진상이 드러나고 희생자의 규모도 얼추 추산하여 공개적으로 거론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공식 인정된 희생자 수는 1만 5천 명에 이른다. 1949년부터 1960년까지 생산된 언론 기사, 각종 보고서의 기록은 희생자 수를 1만 5천 명에서 6만 명까지 큰 차이로 남겼다.해방 직후 혼란한 때라 제주의 인구도, 희생자 수도 정확히 조사된 바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간의 조사와 자료를 바탕으로 4·3 학살 사건 기간에최대 3만 명의 제주 도민이 희생되었을 것으로 본다.2)

3만 명은 당시 제주 인구 대비 10%가 넘는 큰 규모다. ‘제주 4·3 학살 사건 진상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희생자 중 80%는 미군정과 이승만 독재 정권이 보낸 군경 토벌대와 서북청년단에무차별살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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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4·3평화공원에 설치된 행방불명인 표석의 전경. 4·3 희생자 가운데 주검을 찾지 못한 3806명을 위해 개인 표석을 놓았다(출처-<한겨레>)

육백만 명 넘는 유대인을 학살한 히틀러나 백만 명을 넘는 민간인을 죽인 폴 포트의 규모에 비하면 3만 명이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가끔 만난다. 낙성대연구소에 모인 뉴라이트나 일베들은 대한민국이 공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희생이었다며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3)로 칭송한다. 최근 개봉한 유사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도 이런 주장, 아니 이런 괴설의 연장선에 있다.

제주에 내려와 살며 어디를 가나 4·3 학살 사건과 마주했다. 중산간, 작고 예쁜 동네를 거닐어도 시들지 않은 새빨간 동백꽃이 봉우리 채 떨어져 주검처럼 수북이 쌓인 4·3의 상흔과 마주하게 된다.


중략

기사/이미지 원본 출처 : 딴지일보 RSS F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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