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한인의사의 칼럼 3 – 일반의사의 시각

우리가 서로를 돌본다
-일반의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보는 시각

 

호주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처음 등장할  페이스북에 유행하는 사진이 있었다.  “나는 당신을 위해 일터에,  당신은 나를 위해 집에. I stay at work for you, you stay at home for me”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있는 의료 종사자들의 사진이었다.

 

이 유행사진은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료 종사자들의 생각을 잘 잡아낸 것 같다. 일반 호주인들은 놀라울 정도로 호응해 주었고 호주 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자가격리와 사회적 거리 두기를 훌륭하게 실행해 왔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특히 사회적 거리 두기가 막 완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그렇다면 필자는  의사로서,  남편으로서, 또  아버지로서 어떻게 나와 가족을 보호하고 있을까?

첫째, 병원에서는 파란 수술복과 개인 보호 장비(PPE)를 착용한다. 여기에는 마스크와 고글이 포함된다. 고맙게도 지금은 개선되었지만, 처음에는 개인보호장비와 효과적인 손 소독제를 충분히 구입하는게 쉽지 않았다. (코로나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으려면 알코올 함량이 적어도 약 70%는 되어야 함). 전 세계 많은 의료 종사자들이 적절하게 갖춰지지 않은 보호장비 때문에 불만이 많았다. 독일에서는 의사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끌기 위해 청진기만 들고 벌거벗은 포즈를 취한 채 사진을 찍는 움직임까지 벌어졌었다. 호주에서는 전혀 그런 운동이 일어나지 않아 우리에게도 그리고 대중에게도 아주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의사들은 현재 원격 진료로 수많은 환자를 보고 있다. 이를 통해 환자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병원직원과 그 가족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 환자들은 이 방식을 받아 들이는데 환상적으로 협조적이었다. 또 대기실이 폐쇄되었기 때문에 의사가 들어오라고 부를 때까지 차 안에서 대기해야 한다거나, 진료시 의사로부터 1.5미터 떨어진 의자에 앉아야 한다든가 하는 병원의 다른 조치들도 잘 이해해 주었다.

마스크를 쓴 채 들어오는 환자들도 가끔 보인다. 한때 호주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었던 것이 이제는 흔한 일이 되었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사용하는 한, 마스크 착용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끔  사람들이 몇 분마다 끊임없이 마스크를 만지거나 고쳐 쓰는 것을 본다. 가끔은 장갑을 끼고 들어오는 환자도 있는데 그분들 중엔  장갑착용만으로도 충분히 보호되니 손을 씻거나 소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다.

자, 이렇게 생각해 보자. 집을 벗어나 공공장소로 나오는 순간, 만지는 모든 것이 빨간 페인트로 덮여 있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만약 빨간 페인트에 손을 대었다가 얼굴이나 마스크를 만진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내가 빨간 페인트를 접촉할 때 장갑을 끼고 있었는데 그 장갑 낀 손으로 또 얼굴을 만졌다면  장갑이 정말 나를 보호할 수 있을까?  제대로 자신을 보호하려면 여러분은 공공장소에서 어떤 것을 만진 직후에 바로 손을 씻거나 소독하거나 장갑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얼굴의 마스크를 만지기 전과 만진 후에 손을  씻어야 한다. 빨간 페인트를 상상하자.

둘째, 그럼 집에선 어떻게 하고 있을까?

필자는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차고에서 신발을 벗는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 신발은 박테리아에 심하게 오염되어 있다. 누구도 박테리아를 집에 들여오고 싶지 않을 것이다. (사실  거미가 하룻밤 사이에 신발 안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문 앞의 상자 안에 신발을 넣는다.)

그리고 나서 아이들이 필자를 맞기 위해 아빠! 하며 달려올 때, 손바닥을 내밀고 “오지 마!”를 외치고, 수술복을 세탁기에 집어넣고, 샤워기로 바로 뛰어든다. 샤워를 하고 나서야 아이들의 환영과 포옹을 받으며 하루 중 가장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집에 있는 가족들에게 뭐라고 말하고 있을까?

그렇다.  손을 자주 씻으라고 말한다. 그렇다. 공원에 있는 놀이 기구에 손을 대지 말라고  얘기한다. 그렇다.  아이들에게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쇼핑하러 갈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말이 정말 내가 집의 가족에게 해줘야 할 말이 이런 것밖에 없나 의문이 든다.

음… 몇 달 전에 상당히 몸이 안 좋은 상태로 진료실로 들어왔던 나이 든 환자 한분이 최근 필자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그분은 내가 구급차를 불렀던 것도 기억하지 못했고,  혈압을 안정시키고 산소를 공급하는 등 조치를 취한  그날 황급하게 벌어진 여러 일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분이 기억할 수 있는 건 구급대원들이 자신을 들것에 싣고 움직이는 동안 내가 그분의 어깨에 손을 얹고  눈을 쳐다보며 모든 것이 잘 될 거라고 그분에게 말한 것 뿐이라고 한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했는지 나는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가끔 우리에게서 들어야 할 말이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게 잘 될 거라고.

의사 오웬 권 Dr Owen Kwon

노스라이드에 있는 메디컬 센터에서 일반의로 일하고 있는 오웬 권은 호주한인의사회 코로나 바이러스 의료자문위원회 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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