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날에 박제된 도시 폼페이

자유 여행의 단점은 아무래도 이동에 제한이 있다는 것이다. 너무 많은 곳을 이동하기는 힘들다 보니 주 동선에서 벗어나 있는 소도시들까지 스케줄에 담기는 좀 힘든 편이다. 이럴 때 이용하는 것이 교통편을 제공하는 현지 투어. 프랑스 파리에서는 왕복 10시간에 달하는 몽생미쉘 투어를 현지 투어 덕분에 다녀올 수 있었다. 로마에서도 현지 투어를 한 곳 신청해서 하기로 했다.

우리는 드넓은 평원과 고대 도시가 있는 토스카나 투어를 하고 싶어 두 번이나 신청을 했지만 모객이 되지 않아 취소가 됐다. 할 수 없이 요즘 이탈리아에서 가장 핫한 여행지인 남부 아말피 투어를 신청했더니 바로 확정이 됐다.

아말피 투어 날 아침,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이탈리아 남부 아말피는 바다와 어우러진 절경을 보러 가는 여행인데 비가 내리다니, 왠지 손해 보는 마음이 들었다. 오전 7시, 아직 어슴프레한 미명에 로마의 중심역인 트리미니 역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근처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이런 날도, 저런 날도 있는 여행

여행 신청자들은 대부분 젊은 친구들이 많았고 버스도 소형 벤이 아니라 큰 버스가 준비 돼 있었다. 이렇게 현지 투어를 이용하다 보면 세계 각지를 자유롭게 여행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일찍 온 사람들은 버스 오른편에 앉으면 경치를 즐기기 좋다고 가이드가 살짝 정보를 줘서 오른편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가이드의 전화가 울렸다. 젊은 여성 두 명이 약속 장소로 걸어오는 중에 테르미니역 앞에서 소매치기를 당해 무서워서 M사 햄버거 가게에 피신해 있다는 전화였다.

우리들은 소매치기라는 말에 깜짝 놀랐지만 가이드는 놀라지도 않고 카톡 단체방에서 마침 그 옆을 지나고 있는 참가자들을 찾아 사정을 설명하고 햄버거 가게로 들어가 여러 명이 함께 걸어와 달라고 부탁을 했다. 10여 분이 지나자 소매치기를 당했다는 친구들이 도착을 했다. 젊은 여성 두 명이었다. 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소매치기들이 달려들어 순식간에 목걸이와 지갑을 빼앗아 갔다고 한다.

가이드는 요즘 여행자들이 현금을 많이 안 가지고 트레블 월렛 같은 카드를 가지고 다니자 소매치기의 수법도 바뀌어 돈 나가는 목걸이, 팔찌 등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몸에 걸고, 끼고 있어도 서너명이 달려들어 순식간에 채 가는 신종수업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되찾으려고 뒤쫓아 가기라도 하면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으니 카드 분실 신고 등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수천년의 위대한 문화유산을 지닌 나라 이탈리아의 현주소가 소매치기의 천국이라니 씁쓸함을 금할 수 없었다. 차가 출발하자 빗줄기는 더 굵어졌다. 몇 번이나 비가 쏟아지는 창문을 내다보던 가이드가 말한다.

” 비가 갈수록 많이 쏟아지네요. 날씨가 안 좋아서 걱정하시는 분들 많으실텐데요, 날씨에 대한 책임은 저에게 다 미루시고 여행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좋은 날, 나쁜 날은 없어요. 그냥 ‘이런 날, 저런 날’이 있을 뿐입니다. ‘저런 날’ 여행을 한번 즐겨 보시죠. ‘이런 날’ 못 즐기는 낭만이 또 있어요. 소매치기도 빨리 잊으세요. 그래야 남은 여행이 즐거워요.”

그 말 한 마디에 날씨 때문에 다소 손해 보는 것 같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래, 우리는 왜 날씨를 순전히 우리 기준으로 좋은 날씨, 나쁜 날씨라고 평가하지? 비를 애타게 기다리던 사람들은 너무 반가워 할텐데.’

그렇게 생각하니 ‘저런 날 해 보는 여행’도 기꺼이 받아들인 마음의 준비가 됐다. 인생 또한 그런 것 아닌가. 마음에 들지 않는 저런 날도 살아내야 하는 게 인생이지.어찌 좋은 날만 살아갈 건가.

이번 여정 역시 미리 버스에 긴 시간 앉아 있을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전체 일정이 서울을 출발해 부산까지 정도를 하루에 다녀오는 일정이기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이런 긴 여정일수록 중간에 한 곳 정도 들렀다 가는 중간 기착지가 있다는 것이다.


중략

기사/이미지 원본 출처 : 오마이뉴스 RSS Feed
전문 보러 가기 :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07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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