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씻으면 불어난다는 샘물에 가보니

“가마쿠라는 신기한 곳이야. 몇 천 년 전부터 유령도, 요괴도 사람들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곳이지.”
– 영화 <운명, 가마쿠라 이야기> 중

가마쿠라는 가나가와현 미우라반도 서쪽에 자리하고 있다. 도쿄역에서 기차로 1시간 남짓 달리면 도착할 수 있어 당일치기 여행지로 인기가 높다. 역사·쇼핑·미식·풍경·아웃도어 액티비티 등 모든 면에서 여행자를 만족시키는 곳이다. 국내에서는 만화 〈슬램덩크〉, 영화 〈바다 마을 다이어리〉 등의 배경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영화 〈운명, 가마쿠라 이야기〉, 소설 〈츠바키 문구점〉 또한 이곳을 무대로 삼았다.

영화 〈운명, 가마쿠라 이야기〉에 등장하는 가마쿠라는 유령이나 요괴, 심지어 사신까지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동네로 그려진다. 가마쿠라 출신의 작가 잇시키 마사카즈(사카이 마코토)는 유령을 보고 놀라는 아내 아키코(타카하타 미츠키)에게 “이곳은 사람과 사람이 아닌 존재가 사이좋게 지내고 있는 마을”이라며 안심시킨다.

실제로 가마쿠라에 가면 어쩐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에노덴이 골목을 달리는 정감 어린 풍경 사이로, 천 년이 넘는 사찰과 신사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질녘, 고즈넉한 주택가를 걸으며 오래된 사찰과 묘지, 신사를 연이어 마주할 때면 무엇이 나타나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은 느낌을 받게 된다. 가마쿠라 여행은 마치 현실 세계와 환상 세계를 동시에 여행하는 듯한 묘한 매력이 있다.

가마쿠라에 절이 많은 이유

지금은 소도시지만, 가마쿠라는 한때 약 150년간 일본의 실질적인 수도였다. 1192년, 미나모토노 요리토모(源賴朝)가 이곳에 최초의 무사정권인 가마쿠라 막부(1185~1333년)를 세웠기 때문이다. 가마쿠라는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이고, 남쪽은 바다로 열려 있어 막부가 요새로 삼기에 좋은 입지였다. 이때 세워진 막부체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에도 막부로 완성되어 19세기 대정봉환(大政奉還)이 이루어질 때까지 이어졌다.

가마쿠라에 절이 많아진 것은 이때부터다. 이 시기에 막부 권력자들이 앞다투어 가문의 조상을 모시는 보다이지(菩提寺, 보제사)를 세웠고, 때마침 중국을 통해 선종(禪宗)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 시기에 겐초지(建長寺), 엔카쿠지(円覺寺), 주후쿠지(壽福寺), 조치지(浄智寺), 조묘지(浄妙寺) 등 대규모 선종 사찰이 여럿 세워졌다. 이를 가마쿠라 고잔(鎌倉五山)이라 부른다.

가마쿠라를 대표하는 ‘가마쿠라 대불’ 역시 막부 시절인 1252년 전후에 주조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미 나라(奈良)의 도다이지(東大寺)에 웅장한 대불이 있었지만, 가마쿠라 막부는 이에 필적하는 새로운 대불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 결과 탄생한 아미타여래 청동 대불은 높이 약 13.35m, 무게 121톤에 이른다. 나라의 도다이지 대불이 장엄하고 위엄 있다면, 이곳의 청동 대불은 인자하고 평화로운 인상을 준다. 청동 대불이 있는 고도쿠인(高德院)은 에노덴을 타고 하세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어가면 도착할 수 있는데, 세계 각지에서 온 방문객들이 인증샷을 찍느라 분주하다.

가마쿠라 대불을 만나기 전에, 8세기 무렵부터 이 자리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하세데라(長谷寺)를 들러볼 수도 있다. 높이 약 9m에 이르는 목조 십일면관음상을 봉안한 곳으로, 초여름(6~7월경)에 절을 가득 메우는 수국으로 유명하다.

경내에서 가마쿠라 만을 내려다보는 아름다운 절경도 빠뜨릴 수 없다. 이 절에는 벤텐구츠(弁天窟)라는 작은 암굴이 있는데,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서늘한 동굴 안에 변재천(弁才天)을 비롯한 불교의 보살들이 새겨져 있고, 흔들리는 촛불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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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이미지 원본 출처 : 오마이뉴스 RSS Feed
전문 보러 가기 :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9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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