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쌓인 겨울에 여름꽃 필 만큼 상서로운 명당

지난 9일, 섬진강 상류의 마을에는 며칠 동안 눈이 많이 내려서 두터운 설경을 이루었다. ‘설곡리 갈화처(雪谷裏 葛花處’ 설화를 찾아서 하동 화개 장터와 쌍계사를 여행하였다. 하동 화개 장터를 둘러본 후 쌍계 명차를 음미하고, 쌍계사로 향했다(관련 기사: 전라도와 경상도 사이, 그 ‘화개 장터’의 현재 https://omn.kr/2btd8 ).

화개 장터에서 쌍계사는 벗꽃십리길로 불리는 4km 거리이다. 지리산 화개 계곡의 시냇물을 쌍계(雙磎)라고 하였다. 최치원(857~900)이 ‘쌍계 석문(雙磎 石門)’의 4자 글씨를 써서, 쌍계사 입구의 두 바위에 새겼다.

고졸(古拙)한 필체의 이 4자 글씨와 석문은 이상향을 지향하는 소재와 동기가 되었다. ‘쌍계 석문’은 무릉도원으로 향하는 동굴에 비유되는 석문의 대명사가 되었다. 임실 삼계 석문과 진안 삼계 석문 등은 호리병 속의 별천지인 화개 동천을 지향하는 최치원의 쌍계 석문 본뜨기였다.

頭流方丈眞仙界(두류방장진선계)
鼓翼淸吟付石門(고익청음부석문)
石門筆迹人間寶(석문필적인간보)
遊戱金壇銷白雲(유희금단쇄백운)
두류 방장산은 진실로 신선 세상이니
새가 활개 치듯 맑게 읊조리며 석문에 새겼네
석문의 필적은 인간 세상의 보배가 되었고
신선 노니는 금단에 흰 구름이 흩어지네.
[태능(太能, 1562~1649) 스님의 칠언절구 한시]

쌍계사의 대웅전 앞 도량에는 국보인 진감 선사 혜소(慧昭, 774~850)의 대공탑비 해체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진감 선사는 남종선(南宗禪)을 신라에 처음 전하고, 불교 음악인 해동 범패의 시원을 이룬 출중한 선승이었다. 진감 선사는 또한 우리나라 최초의 차 시배지인 쌍계사 일원에서 차의 보급에 노력하였고, 천년 후의 초의(草衣, 1786~1866) 선사까지 다맥(茶脈)이 이어졌다.

쌍계사의 가장 위쪽에 금당(金堂)이 있다. 이 금당 안에는 달마 대사의 법맥을 이은 당나라 시대 남종선의 시조인 혜능(慧能, 638~713)의 사리탑이 있다. 의상 대사의 제자인 삼법(三法) 스님이 당나라에서 유학 후 귀국할 때 ‘삼신산(三神山)의 설곡리 갈화처(雪谷裏 葛花處, 눈 쌓인 계곡 속 칡꽃이 피어 있는 장소)에 가람을 세우라’는 계시를 받았다고 한다.

삼법 스님은 이곳저곳 ‘설곡리 갈화처’를 찾아다녔다. 어느 날 호랑이의 길 안내로 현재의 쌍계사 금당 위치에 도착했다고 한다. 이곳이 그토록 찾아다니던 장소라 여겨서, 가람을 창건하였으니 옥천사(玉泉寺)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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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기사/이미지 원본 출처 : 오마이뉴스 RSS Feed
전문 보러 가기 :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95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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