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학(學)개론 15 : 인터하이 대진표를 따라 떠나는 전국일주(츄부, 칸사이 지방)

니가타현 新潟県

24번 金山商業 (かなやま, 카나야마 상업) 번역명 금산

니가타현 앞바다에 사도시마(또는 사도가시마, 佐渡島)라는 섬이 있다. 이 섬에 있는 佐渡金山(さどきんざん, 사도킨잔)이라는 금광산의 이름을 따서 작명한 것으로 보인다.

출처 – <사도시>

이 섬이 노다지라는 게 16세기 말 발견된다. 이후 17세기 초에 본격 개발되어, 에도막부의 주요 자금줄이었다. 임진왜란 패전 후의 일본 경제에 상당히 보탬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금도 그렇지만 은이 특히 많이 채굴되었다.

메이지 이후(20세기 말), 일본이 제국주의 노선을 타면서 생산량이 다시 증가한다. 원래는 왕실 소유였으나 1896년 미쓰비시 광업에 매각되었다. 군함도로 유명한 하시마(端島)도 이 무렵 미쓰비시가 인수하였다. 이후 근대 서양 기술의 도입으로 두 번째 전성기를 맞는다. 태평양전쟁 시에는 군수물자에 필요한 구리, 아연, 석탄 등의 채굴도 활발했으나, 전후 축소일로를 거듭하다 결국 1989년 폐광되었다. 이후로는 관광지로 전락(?)했다.

태평양전쟁 시기 이 광산에서 수많은 조선인이 강제노동을 당했고 목숨을 잃었다. 며칠 전 크게 논란이 되었던 사도광산 추도식의 사도광산이 이것이다. 일본 정부는 2007년부터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해 애썼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024년 7월 등록을 결정하였다.

토야마현 富山県

40번 薬丸三商 (やくまる, 야쿠마루 제3상업) 번역명 삼약

薬(약)자가 들어가는 이름은 매약업(약 판매업)이 발달했던 토야마현의 경제사와 관련된 작명이다. 토야마 바이야쿠(売薬, 매약) 또는 토야마 쿠스리우리(薬売り, 약장사)라고 한다.

출처 – (링크)

이 지역에서는 에도시대 초기(17세기)부터 약 판매업이 발전하기 시작했는데, 17세기 말 에도성 복통 사건을 계기로 토야마 약의 효능이 전국적으로 입소문을 탄다. 당시 수도인 에도(江戸)성에서 후쿠시마 번주가 심한 복통으로 쓰러지는 일이 있었다. 옆에 있던 토야마 번주가 지니고 있던 상비약인 반혼단(反魂丹)을 먹였더니 일거에 복통이 해소되었다는 이야기다. 다만, 이 이야기에 역사적 출처는 없어서, 마케팅을 위해 지어낸 에피소드일 가능성도 있다.

출처 – (링크)

에도성 복통 사건 이후로 토야마의 약 상인들은 배치 판매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하고 발전시킨다. 이 형태로 판매되는 약을 배치약(配置薬)이라고 한다. 이 상법의 가장 큰 특징은 방문판매, 신용판매라는 점이다. 갖가지 약이 들어있는 상자를 고객의 집 또는 업장에 배치해 두고, 다음번 방문 시에 사용한 만큼의 약값을 받는 후불제다. 先用後利(선용후리)라고도 한다.

토야마역 앞 광장에 있는 약 상인 상

토야마의 약 상인은 버드나무로 짠 바구니(柳行李)를 짊어지고 일본 전국을 돌아다니며 장사를 했다. 고객의 집에는 보통 연 2회 방문했다고 한다. 반년 치의 약을 배치해 두고, 반년 뒤 다시 방문하여 수금하는 방식이다. 화폐의 공급이 충분치 않았던 시대, 서민들에게 환영받는 방식이었다. 고객 방문을 위해 여행하는 몇 달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에는, 토야마의 집에서 약 제조에 전념했다. 1년에 두 번 장사하여 1년 먹고 산 셈이다. 약의 원가율이 판매가의 1할이라는 薬九層倍(약구층배)라는 말도 있다고 하니, 약장사가 상당한 고부가가치 산업이었던 것 같다. 약은 보통 작고 가벼워서 운송비가 저렴했기에 가능한 이익구조였다.

그렇게 번창하던 토야마의 매약업은, 19세기 말 메이지유신 이후 쇠퇴한다. 화혼양재(和魂洋才)의 정치 사회적 분위기에서, 서양의학이 도입되고 한방의학 및 화한약(和漢薬)은 폐지된다. 제약업의 무게추도 토야마에서 오사카 도쇼마치로 옮겨가게 된다. 당시 수입 약재를 관할하는 세관이 오사카항에만 있었기 때문이다.

출처 – (링크)

배치 판매 유통 방식은 현재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