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일반에 보급되기 시작한 지 30년이 넘었고 아이폰이 등장한 지도 17년이 되었다. 이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세상이 이렇게 크게변하면서 미디어 환경도 급격하게 변화했다.
땡전뉴스
쿠데타에 성공한 신군부는 언론 통폐합 조치를 통해 많은 언론사를 통폐합했고, 방송사도 그리 많지도 않았던 자잘한 방송사를 통폐합하여 KBS와 MBC만 남겼다. 겉으로 내세운 목적은 ‘언론사 구조 개선’이었지만, 실제로는 언론을 장악하고 보도를 통제하려는 것이었다. 그 결과대부분의 사람은 같은 언론과 방송을 접하게 되었고, 정부를 비판하는 소식은 볼 수 없게 되었다.
언론이 다양한목소리를 내고 사회의 다양성을 지향하는 것은, 독점적 언론이 하나의목소리만 내고 획일화된 사회를 지향하는 것보다 당연히 바람직하다. 특히, 그 독점적 언론이 독재정권의 관영 언론이고, 한가지 목소리는 독재정권의 메시지라면 최악의 상황이 분명하다.그런데, 나는 언론을 통폐합한 결과로 전 국민이 비슷한 문화양식, 비슷한 가치관,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게 되는 반작용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80~90년대에는 전국적으로 방송이 거의 같았다. 토요일에는 KBS의 토요 명화, 일요일에는 MBC의 주말명화를 모두가 볼 수 있었다. 그것도 중간광고 없이. 외국 TV 시리즈도 전 국민이 다 같은 걸 봤기 때문에,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이라면 전국 어디서나 A-특공대, 맥가이버, 에어울프를 알고 머나먼 정글, 블루문 특급, 제시카의 추리극장 같은 것도 방송사에서 붙인 한국어 제목으로 기억하고 있으며, 인기 드라마가 방영된 다음 날이면 학교에서 모두가 그 얘기를 했다.
이런 방송 환경을 ‘획일적’이라며 부정적 가치가 담긴 표현으로 평가할 수도 있지만, 좋든 나쁘든 간에 그런 방송 환경은 우리의 관습, 가치관, 역사적 경험, 문화 등이 비슷해지도록만들어서 ‘문화적 동질성’을 강화한 것은 분명하다. 문화적 동질성은 ‘단일민족’이라는 의식을 강화해서, 부정적으로는 외국인을 배척하고 차별하지만, 긍정적으로는 내부를 단결하게 만드는 힘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방송 환경은 독재정권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이른바 <땡전 뉴스>에서는 9시가 ‘땡’ 하면 “오늘 전두환 대통령께서는…”으로 뉴스를 시작하고, 이어서 “한편 이순자 여사께서는…”으로 다음 문장을 이어 나갔다. 그래서, 전두환의 호는 ‘오늘’, 이순자의 호는 ‘한편’이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1980년대 방송의 민낯, <땡전 뉴스>
언론통폐합이 기대하지 않았던 효과
독재정권은 자기들의 정치적 메시지만 주입하고 싶었겠지만, 사람들은 당연히 예능이나 드라마에 더 관심이 많았다.그 시절 드라마는 어지간하면 시청률 30% 이상은 기본이었다. 만약, 이런 정도의 시청률에 역사적 사실이나 경험을 다룬 드라마가 결합한다면 이만한 역사교육도 없을 거다. 역시 81년에 드라마 <제1공화국>을 시작으로 해서 현대사를 다루었고, 민주화 이후인 90년대에는 근현대사를 제대로 다룬 드라마가 나왔다.
1991년 10월부터 1992년 2월까지 방영된 MBCTV 드라마인 <여명의 눈동자>는 일제강점기 일본에 징병 되어 동남아에서 싸우다 탈출해 중국 팔로군, 소련군이 되었다가 제주 4.3, 여순사건을 겪고 지리산 빨치산이 된 최대치, 일본에 징병 되어 731부대에서 생체실험을 목격하고 탈출해 미군 특수요원이 되었다가 지리산 토벌대가 되는 장하림, 일본군 ‘위안부’로 만주와 사이판에서 고생하다가 일본군의 위안부 집단 학살에서 살아남아 미군 특수부대원이 되는 윤여옥의 이야기를 다룬, 아주 스케일이 큰 드라마였다.
<여명의 눈동자>의 시청률은 MBC 자체 조사 결과 매회 50%, 점유율 70% 이상이었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분위기, 한국인에 대한 차별과 가혹행위, 일본군 위안부의 실상과 그 흔적을 지우기 위한 학살, 731부대의 생체실험 등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고 일본과 한국의 친일 반역자들이 숨겨왔던 충격적인 역사의 일부를 직접 보여줌으로써 훌륭한 교육자료가 되었다. 이렇게 전 국민이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까지 이어지는 역사를 일부라도 이해하게 된 것은 통폐합된 방송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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