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던 지난 16일, 창덕궁에서 하루를 보냈다. 서울 살던 대학 시절, 마음만 먹으면 마실 가듯 갈 수 있었는데도 그게 여의치 않았다. 서울 사람들이 남산을 더 안 가고, 무등산을 광주 사람들보다 외지인들이 더 즐겨 찾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되짚어 보니 이번이 다섯 번째다. 대학 시절 동아리에서 한 번 답사를 왔고, 한 번은 동료 교사들과 나머지는 가족과 함께였다. 담벼락을 맞댄 창경궁과 손 뻗으면 닿을 듯 가까운 종묘를 한데 묶으면 최고의 답사 코스다. 예약이 필수인 창덕궁 후원까지 본다면 금상첨화일 테다.
창덕궁은 사시사철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로도 명성이 드높다. 특히 관람객이 몰리는 주말에는 찾을 엄두조차 낼 수 없다. 궁궐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을 때 사람을 피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들다.
꿀맛 같은 휴가 날 찾은 창덕궁
차분히 창덕궁을 만날 기회가 찾아왔다. 평소라면 수능 감독관으로 차출되어 종일 긴장의 연속이었을 텐데 순번제 비번으로 감독 업무에서 빠졌다. 꿀맛 같은 하루 휴가를 얻게 된 셈이다. 곧바로 상경하는 KTX 표를 끊었고, 설레는 마음으로 창덕궁 관련 자료를 구해 읽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종일 궂은 날씨가 이어졌다. 주중인데다 비까지 내린 탓에 경내가 고요할 만큼 한산했다. 아마 쾌청한 날씨였다면, 창덕궁의 고즈넉한 늦가을 정취는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창덕궁을 거니는 동안 가장 소란스러웠던 건 우산에 비 부딪는 소리였다.
창덕궁에선 우리말뿐 아니라 영어와 중국어 가이드를 제공한다. 가이드를 따라가며 해설을 듣는 건 궁궐 기행의 묘미를 더해준다.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건 천양지차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건 만고불변의 진리다. 기실 궁궐만큼 다채로운 이야기가 넘치는 곳도 없다.
처음이라면 가이드를 뒤따르는 게 ‘국룰’이다. 비유컨대, 교과서의 내용을 요약 정리한 노트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그들은 궁궐의 곳곳을 자신의 손금 보듯 훤히 꿰고 있다. 해설 시간에 맞춰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궁궐과 친숙해지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게다가 무료다.
처음이 아니고 시간적 여유도 있다면, 관람 동선을 스스로 그려보는 것도 추천한다. 안내 표지가 잘 되어 있어 길 잃을 일도 없고,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듯 뜻하지 않은 보물을 만날 수도 있다. 한자로 된 현판도, 건물의 내력도 손에 쥔 스마트폰이 소상하게 알려준다.
당장 장소에 얽힌 역사적 사실을 새롭게 아는 게 즐겁지만, 이름과 용도를 나름대로 해석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사실을 밝히는 건 역사학자의 몫이지만, 사실을 퍼즐 맞추듯 이야기로 엮는 건 관람객의 자유다. 때로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폐허 위에 건물을 세워 올리는 상상도 필요하다.
비 내리는 호젓한 창덕궁을 홀로 걸었다. 동선상 정문인 돈화문에서 금천교와 진선문 방향으로 꺾는 게 보통이지만, 이번엔 궐내각사를 시작점 삼았다. 궐내각사란 궁궐 내의 관청을 통칭한다. 왕실을 보좌하는 승정원과 규장각, 내의원 등이 지붕을 맞댄 채 밀집해 있다.
툇마루에 걸터 앉아 본 풍경
흡사 미로처럼 얽혀있는 궐내각사에선 빗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드문드문 마주치는 이들이라곤 외국인 관람객들뿐이었다. 그들은 회랑처럼 이어진 작고 빼곡한 건물들이 신기한 듯 툇마루에 걸터앉아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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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이미지 원본 출처 : 오마이뉴스 RSS F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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